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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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개국 컬렉터·178개 기관 참여, 역대 최다 70달러 스펀지 회화부터 25억원 유영국까지…
- 폭넓은 가격대서 판매 이어져 코엑스 재개발로 내년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서 개최

아시아 최대 규모 아트페어 중 하나로 꼽히는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지난 5일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서울 코엑스에서 막을 내렸다. 프리즈 서울은 올해로 다섯 번째 에디션을 맞았다. 주최 측인 프리즈는 6일 "역대 가장 다양한 국가의 컬렉터와 미술기관 관계자가 서울을 찾았고, 신진 작가부터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까지 폭넓은 가격대에서 판매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프리즈에 따르면 올해 페어에는 약 30개 국가·지역에서 130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여했고, 나흘간 7만명 이상이 행사장을 찾았다. 방문객은 54개 국가·지역에서 왔으며, 25개 국가·지역의 178개 미술관·기관 관계자도 참석했다. 프리즈는 두 수치 모두 프리즈 서울 출범 이래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올해 프리즈 서울에는 헤드라인 파트너로 신세계그룹이 처음 합류했고, 글로벌 리드 파트너인 도이치뱅크는 23년째 프리즈와 파트너십을 이어갔다.
◇ 유영국 25억원… "프리즈 서울 역사상 한국 작가 최고가"
올해 판매의 정점은 국제갤러리가 내놓은 유영국(1916~2002)의 1971년작 회화였다. 국제갤러리는 이 작품을 22억~25억원(약 160만~180만달러)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프리즈는 이 가격이 5년간 프리즈 서울에서 거래된 한국 작가 작품 가운데 최고가라고 설명했다. 국제갤러리는 하종현·박서보·김윤신의 작품도 함께 판매했다.
갤러리현대는 김창열 작품 5점과 이승택 작품 3점을 각각 최고 110만달러, 70만달러에 판매해 총 230만달러가 넘는 판매액을 기록했다. 조현화랑은 이배의 신작 브론즈와 숯 작품을 점당 4만~14만달러에 판매했고, 이 중 다수가 해외 컬렉션에 소장됐다. 비비앤엠(BB&M)은 부스에 출품한 이불의 작품을 19만5000~29만달러에 모두 판매했고, 제이슨함은 젊은 작가 이목하의 작품을 20만달러에 판매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유영국 회고전, 뮤지엄 산의 이배 개인전이 같은 시기 열린 가운데 한국 전후미술과 단색화 작가에 대한 관심이 판매로 이어졌다는 것이 프리즈 측 설명이다.
해외 대형 화랑의 판매도 이어졌다. 알민 레쉬는 이우환 회화와 조지 콘도의 종이 작품을 각각 125만~150만달러에 출품해 판매했고, 페이스 갤러리는 110만달러에 출품한 유영국 회화를 중심으로 판매 성과를 거뒀다. 타데우스 로팍은 아드리안 게니의 회화를 110만달러에, 안토니 곰리의 주철 조각을 75만파운드(약 100만달러)에 판매했다. 화이트 큐브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회화를 62만5000유로에, 박서보 작품 2점을 각각 30만달러와 19만달러에 판매했다. 데이비드 즈워너는 쿠사마 야요이의 2005년 회화와 조르조 모란디의 1942년 회화 등을 판매했다.
◇국내 미술관 소장으로 이어진 판매도
미술관·기관의 구매도 두드러졌다. 하우저앤워스는 라시드 존슨의 회화 'Soul Painting "Interiors"'(2025)를 국내 주요 기관에 120만달러에 판매했다. 리만머핀은 김윤신의 회화를 국내 주요 미술관 컬렉션에, 데이비드 즈워너는 마마 안데르손의 회화 2점을 국내 미술관에 판매했다. 가고시안은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아시아 주요 미술관을 포함한 컬렉션에 판매했다.
고가 작품만 팔린 것은 아니다. 신진 갤러리 섹션 '포커스'에서 휘슬(Whistle)은 작가 dpgp78의 스펀지 블록 회화 500점을 70달러부터 판매했고, 이 중 400점 이상이 팔렸다. 파이프갤러리는 차승언의 직조 작품을 제네바의 개인 컬렉터에게 2만3000달러에 판매했고, 도쿄의 콘(CON_)은 김민희의 회화를 5000~2만달러에 판매했다. 원로 작가를 조명하는 '스포트라이트' 섹션에서는 선화랑이 올해 87세인 석난희의 1987년 회화를 8800만원(약 6만5000달러)에 판매했다. 재료 중심 작업을 소개하는 '머티리얼 프랙티스' 섹션에서는 로스앤젤레스의 마르타(Marta)가 화가 이명애의 27패널 작품을 작가 최고가인 3만4000달러에 판매했다.
프리즈는 "젊은 갤러리와 솔로 프레젠테이션이 신진 작가에 대한 컬렉터의 관심을 끌어냈고,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가격의 한국 작가 작품이 세계 각지의 새 컬렉터들에게 컬렉팅의 진입점이 됐다"고 밝혔다.
◇도쿄 타로 나스, 프리즈 스탠드 프라이즈 수상
올해 '프리즈 스탠드 프라이즈'는 마르셀 브로타스, 라이언 갠더, 이케다 료지 등의 작품으로 부스를 꾸린 도쿄의 타로 나스(Taro Nasu)가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부스의 미학적·개념적 통일성을 높이 평가했다. 설립 12년 이하 갤러리에 주는 '포커스 스탠드 프라이즈'는 차승언의 솔로 부스를 선보인 서울의 파이프갤러리가 받았다.
페어 기간 을지로·한남·청담·삼청 일대 갤러리들이 저녁 시간 문을 여는 '네이버후드 나잇'도 함께 열렸다. 올해 페어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을 비롯해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영국 테이트, 프랑스 퐁피두센터, 홍콩 M+ 등 세계 주요 미술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고 프리즈는 밝혔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프리즈 서울은 점점 더 국제적인 페어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 정체성의 중심에는 여전히 한국이 있다"며 "이 도시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작가와 갤러리, 기관, 컬렉터들"이라고 말했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은 "올해 프리즈 서울은 하나의 아트페어를 넘어 서울 전역에서 프로그램이 펼쳐지며 국제 미술 도시로서 서울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고 말했다. 제임스 그린 데이비드 즈워너 어소시에이트 파트너는 "한국에는 서구 작가에 대한 이해가 깊은 수준 높은 컬렉터층이 있고, 이 지역의 구매력은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DDP로… 키아프는 코엑스 잔류
프리즈 서울은 코엑스 재개발에 따라 2027년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장소를 옮긴다. 파트너 행사인 키아프 서울은 코엑스에서 계속 열리며, 두 페어는 2031년까지 연장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장소에서 협업 프로그램을 이어갈 예정이다. 프리즈는 2027년 여름 미술 전문지 『frieze』의 한국어판 계간지도 창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가은 기자 gaeun@sigong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