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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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은 가족의 미래다
  • 희로애락을 품은 삶의 울타리

놀이와 휴식을 모두 충족시키는 색다른 집을 꿈꾸다
집은 주인의 과거를 반영하고, 현재를 담고 있으며,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집을 만들고 가꾼 사람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그들이 살아온 삶, 그리고 현재의 즐거움, 희망하는 내일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그곳에 펼쳐진 가족의 삶 역시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기억된다. 여섯 살과 네 살 두 아이를 키우는 남민경 씨 가족. 좀 더 생활하기 편하고, 구성원 각자의 분리된 공간도 가질 수 있는 집이 필요했던 가족은 편한 아파트를 뒤로하고 다른 유형의 주택을 찾아 나섰다. 여러 집을 구경하고 난 뒤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장점을 합친 타운하우스를 찾기로 했고, 이곳 판교에서 부부가 꿈꾸던 집을 발견했다. 가족의 꿈은 아이와 어른이 즐겁게 놀 수 있는 집, 키즈 카페와 영화관보다 더 즐거운 집, 언제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휴식처 같은 집이다. 이 위시 리스트를 들으니 부부가 정말 원한 것을 설명하는 단어, ‘집다운 집’이 떠올랐다.

집을 둘러싼 마당에서 본 실내 모습. 경사지에 자리 잡은 집이라 2층에 현관과 거실이 있다.


2층 거실은 가족에게 힐링 공간이다. 정원을 향해 크게 낸 창에 바깥 풍경이 그대로 담기고, 겨울 햇살이 집 안 구석구석을 환하게 밝힌다.


골드와 화이트로 단장한 거실 인테리어. 가구와 식물, 패브릭은 모두 건축주가 직접 고른 것이다.

 

의욕 넘치는 건축주와 재기 발랄한 건축의 만남
젊은 건축가 나인센티미터의 안철민, 구정환 소장에게 타운하우스의 리모델링을 의뢰한 가족. 총 3개 층에 걸친 공간은 제약도 많고 가능성도 많았다. 5년 전에 지은 이 단지는 일본의 대표적 건축가인 리켄 야마모토가 설계한 것으로, 평소 공동체와 커뮤니티에 관심이 많은 그는 이웃이 자연스레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많을수록 커뮤니티가 활성화된다는 생각에 공용 공간을 곳곳에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 타운하우스에도 이웃끼리 안부를 묻고 소통할 수 있게 창을 크게 내고 단지 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동 데크를 만들었다. 공동 공간만 신경 쓴 것이 아니라, 실내는 사용자가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도록 오픈형으로 각 실을 배치해 각자의 용도와 성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여지도 많이 두었다.
안철민, 구정환 소장은 이런 기본 골격은 존중하되,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수용해 공간을 재배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외부로 난 창의 일부를 가리고 층고가 높은 3층을 쪼개 복층으로 구성하는 등 그 발상이 예사롭지 않다. 무엇보다 평소 집에 꾸미고 싶은 것이 많았던 건축주가 던진 ‘해먹’, ‘수영’, ‘수컷의 방’ 같은 단어에 착안해 더욱 증폭시키기까지 한 두 건축가의 자유로운 사고는 엉뚱하리만큼 즐거운 공간을 탄생시켰다. 인테리어 과정은 키워드를 던지는 건축주 부부도 즐겁고, 이를 받아들이는 건축가도 유쾌한 환상의 시간이었다고.


1 들어오는 입구에 중문을 만들어 현관과 거실 공간을 분리했다.
2 1층에 있는 가족 욕실. 온 가족이 물놀이하기 좋도록 넓게 만들었다.

 

3개 층에 펼쳐진 휴식, 놀이, 교류의 모습
집을 둘러보려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이 2층이다. 공용 데크를 거쳐 집 안으로 들어오는 현관이 2층에 있기 때문이다. 2층은 벽을 모두 유리로 마감하다 보니 현관이 따로 존재하지 않은 까닭에 안철민, 구정환 건축가는 신발장과 선반을 겸한 파티션을 높게 세워 출입 공간과 거실 공간을 분리했다. 집 안에 발을 디디면 계단을 제외하고 모두 유리로 둘러싸여 있는 실내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시선이 가는 것은 그 유리 너머의 정원. 지금은 겨울인지라 화려했던 가을 단풍잎도 모두 떨어졌지만 그조차 편안한 느낌을 준다. 아마 아담한 정원의 규모 덕분일 것이다. 경사지에 집을 지어 2층에 정원이 있는데 그 풍경을 보고 부부는 이사를 결정했다고 한다. 집을 단장하며 가구 역시 이런 자연 풍경을 잘 누릴 수 있는 위치에 두었다. 소파는 밖을 바라보게 배치하고 창을 열어 정원으로 나갈 수 있게 데크를 만들었다. 온통 나무로 둘러싸인 2층의 분위기는 야외와 실내가 조화를 이룬 ‘편안함’과 ‘힐링’ 그 자체다.
아래층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ㅁ’자 모양의 중정을 따라 ‘ㄷ’자 모양으로 실내가 둘러싸고 있다. ‘ㄷ’자의 한쪽은 주방과 식당이 있는 공간이고, 다른 한쪽은 미디어 룸과 특별히 제작한 가족 욕실이 있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이 사이 창이 왕왕 열려 있는데, 가운데 정원은 바비큐 파티와 아이들 풀장을 책임지는 1층의 중심 역할을 한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면 한가운데 중정이 펼쳐진다.


1 지인이나 친척, 아이들 친구가 집에 놀러 오면 중정과 다이닝 공간은 놀이터 혹은 모임 장소로 활용된다.
2 1층은 중정을 중심으로 2개 공간으로 나뉜다.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는 이 창을 모두 열어 두 공간이 하나로 트여 있다. 특히 중정은 여름철에는 아이의 친구들이 모이는 공용 풀장으로 인기가 좋다.

 

층을 나눠 만든 아이들의 놀이 공간
이 집에서 가장 독특한 부분은 3층이다. 이곳의 용도는 아이들의 침실과 놀이터, 공부방, 그리고 부부의 침실이다. 원래 있던 2개의 방을 모두 터 하나로 만든 뒤 층고가 높은 점을 이용해 부분적으로 한 층을 더 만들었다. 3층에는 아이들의 침실과 놀이 공간을 들이고 4층 일부에는 바닥을 깔아 부모의 침실을 배치했다. 나머지 공간은 위아래로 터 높이감 있는 복층 공간으로 꾸몄다. 한 층을 두 층으로 나눈 것도 신기한데, 여기에 모든 파티션을 개방감 있는 강화 유리로 제작한 것은 더욱 눈에 띈다. 유리 파티션은 남쪽으로 난 창으로 하루 종일 드는 햇살을 북쪽까지 멀리 보내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아이들이 어디에서 놀든지 부모가 돌볼 수 있도록 돕는다. 혹 강화 유리가 위험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는 재료의 성질을 이해하고 유리 두께를 직접 만져보면 기우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만에 하나 깨지더라도 부서지지 않고 그대로 고정되어 있으므로 일반 유리에 비해 비싸지만 안전하다고 한다. 공간을 이처럼 복합적으로 구성한 것은 두 아이가 방과 방을 오가고 위아래를 오르내리며 공간에 대해 더욱 다양하게 경험했으면 해서다. 집이 즐거운 공간이 되길 바란 부모의 마음이 만들어낸 재미있는 공간이다.

1 사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주방은 한쪽 벽으로 배치해 다이닝 공간과 분리했다.
2 동물을 좋아하는 가족이 이번에 새 식구를 맞았다. 가족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분양받은 이 골든 리트리버의 이름은 ‘산타’다.
3 1층 한쪽에는 푹신한 소파와 TV가 있는 미디어 룸이 자리한다. 아이들을 재운 뒤 편히 쉬고 싶을 때 부부가 종종 찾는 공간이다.


원래 한 층이었던 3층을 2개 층으로 나누어 아이들 놀이 공간과 침실, 그리고 부모의 침실까지 함께 구성했다. 아래쪽에는 침대와 장난감 정리함이
위치하고, 위쪽 복층 공간에는 책과 책상이 있다.

 

집을 바꾸자 삶에 여유가 생겼다
사람은 변화에 생각보다 빨리 적응한다. 특히 아이들이 그렇다. 단순한 아파트 생활에 익숙했던 아이들은 한두 달 계단을 오르내리더니 이제는 하루 종일 집을 뛰어다녀도 지치는 기색이 없다. 추운 겨울, 감기 한 번 앓지 않고 넘어갔다고 하니 주택이 체력을 키우는 데에도 도움이 되나보다. 아이들은 예전 집도 참 좋아했지만 “지금 집이랑 바꾸고 싶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주말에 놀러 나가자는 칭얼거림도 없어졌다니 신기하다. 부부의 생활도 한결 여유로워졌다. 늘 장난감이 거실에 널려 있어 산만했고, 아이와 어른의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쉬고 싶어도 마음 불편했던 것이 완전히 해결되었다. 이제는 쉬고 싶으면 2층 소파에 몸을 기대 바깥 풍경을 바라보면 되고, 방해 없이 편안하게 취미를 즐기고 싶다면 1층 미디어 룸으로 가면 된다. 층을 나눠 사는 방식이 우리 가족에게 맞을까 하는 고민은 이 가족에게는 기우였다. 층을 나누자 생활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생각해보면 가족에게는 만들어보지 못한 것도 많다. 3층부터 1층까지 내려오는 미끄럼틀도 만들고 싶고 노천탕 같은 수영장도 갖고 싶다. 아이들이 크고 나면 또 다른 위시 리스트가 생길 것이다. 그때에도 가족은 여전히 ‘재미’있고 ‘편안한’ 집을 만들려 노력하지 않을까. 그때에도 이 모든 것을 품는 곳은 역시나 ‘집’이라는 커다란 울타리일 것이다. 디자인 및 시공 나인센티미터(www.9cm.kr)


1 부부 침실에서 본 아이 방 복층 공간의 모습.

2 아이들의 복층 공간에는 책상, 책과 함께 특별 주문해 짜
넣은 대형 해먹도 함께 자리한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공간을 누비기를 원하는 부모의 선물이다.
3 아이들 공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되는데 난간 없는 낮은 계단을 활용하고, 중간에 유리로 큐브를 만들어 공간을 오가는 즐거움을 배가하기도 했다.

2017년 2월
Editor 정사은 Photographer 김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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