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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렌즈 보머의 갤러리 하우스
  • 보석을 예술로 승화시킨 주얼리 디자이너

센 강을 지나 시내로 들어서면 파리를 주얼리 분야에서 최고의 럭셔리 도시로 만든 방돔 광장이 나온다. 1898년 코코 샤넬이 집으로 여겼던 리츠 호텔이 들어서고, 4년 후 부쉐론이 이곳에 살롱을 열면서 방돔 광장은 쇼메와 까르띠에 등 역사 깊은 명품 브랜드가 모여 있는 세계에서 가장 엘레강
스한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전통 있는 브랜드뿐 아니라 젊고 새로운 디자이너들이 모여 프랑스 럭셔리 주얼리의 새로운 역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발견한 최고급 보석을 이용해 희귀한 주얼리를 만드는 로렌즈 보머가 있다. 그는 외교관이었던 아버지 덕에 미국에서 태어나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자랐다. 그의 유년 시절 경험은 다양한 문화를 디자인에 접목하는 데 바탕이 되었으며, 파리에서 수학한 건축학은 작은 디테일과 엔지니어링의 만남에서 기술적인 면, 즉 보석의 접합과 마감, 표면에 따른 빛의 반사 각도 등을 이해하는 기초를 마련
해주었다. 2011년 샬린 모나코 왕비의 웨딩 티아라를 디자인해 세계의 주목을 끌었으며, 2013년 방돔 광장에 로렌즈 보머 부티크를 열었다. 샤넬과 루이비통의 고급 주얼리 디자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만든 그의 컬렉션은 현재 파리 장식 미술관에 베지터블 브레이슬릿을 포함한 4개의 주얼리가 소장되어 있다.

 

 

컬렉터인 로렌즈 보머는 거실을 모던 아트 작품으로 장식했다. 조해너 그라원더(Johanna Grawunder)의 네온 조명 아래로 놓인 프랑스 디자이너
라파엘(Raphael)의 스모킹 체어와 카사 보텔로(Casa Botelho)의 황동 소재 캥거루 테이블(Kangaroo Table)이 1970년대 라운지 느낌을 선사한다. 그 앞에 론 아라드(Ron Arad)의 라이트닝 벤치(Lightning Bench)가 놓여 있다.


 

1 잔프랑코 피니(Gianfranco Fini)의 프로그라마(Programma) 라이팅 조각을 뒤로한 로렌즈 보머가 카메라를 마주하고 있다.
2 (왼쪽부터) 로렌즈 보머의 포엣(Poet) 컬렉션 중 카르날(Cardinale) 링, 시적인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은 미카도(Mikado) 브레이슬릿, 모네의 일본식 인도교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자르댕 자포네(Jardin Japonais) 브레이슬릿.

 

 

 

예술을 입은 삶의 공간
“언제나 주얼리를 좋아했다. 그건 예술과 기술이 교차하는, 내 삶에서 심장 같은 것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상을 뛰어넘는 주얼리가 탄생하는 파리에서, 나는 사람들에게 조각을 입히는 예술가로 기억되길 원한다.” 화려한 방돔 광장을 지나 10분 정도 걷다 보면 오페라 극장 근처에 위치한
로렌즈의 집에 도착한다. 문을 열자 원색 네온을 비롯한 다양한 컬러의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며 현대 미술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공간이 시작된다. 주얼리 디자이너가 아닌 아트 컬렉터로서의 로렌즈를 만나는 시간이다. 부인과 함께 오랜 시간 수집해온 컬렉션은 미드센트리부터 현대 예술까지
시대를 넘나들고, 사진부터 가구, 실버 제품과 작은 토템 조각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제각기 다른 미학을 표현하고 있다.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눈 거실은 보머 부부에겐 일상에서 예술적 영감을 충전하는 곳이다. 예술 작품과의 대화를 통해 작업의 영감을 받는다고 밝힌 로렌즈는 특히 장 퓌포카(Jean E. Puiforcat)의 실버 제품을 언급했다. “귀중한 소재를 사용해 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퓌 포카의 제품은 나의 디자인과 많이 닮았다.” 이 때문인지 그는 예술 작품만큼이나 애정을 갖고 있는 위스키 컬렉션을 필로라오스(Philolasos) 캐비닛에 보관해놓아 예술 작품의 한 부분처럼 연출했다. 다이닝 룸과 부엌 공간은 베네치아의 로맨틱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무라노 글라스의 추상적인 컬러 패턴과 접시의 아트워크는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그림, 사진과 함께 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전달하며 조화를 이룬다.

 


 

1 거실을 장식하는 로렌즈 보머의 모던 아트 컬렉션. B&B이탈리아 소파 뒤로 보이는 원형 캐비닛은 론 아라드 작품. 로렌즈의 위스키 컬렉션은 필로라오스(Philolaos)의 바 조각에 담아놓았다.
2 존 어빙(John Irving)의 로테이팅 캐비닛에는 로렌즈가 여행하며 수집한 아이템들을 장식해놓았다.


 

폴 에번스(Paul Evans)의 조각적인 디자인의 선반 위에는 이탈리아 무라노 스타일과 일본 에도 시대의 컬러를 만난 듯한 요이치 오히라(Yoichi Ohira) 글라스 컬렉션을 놓았다.


 

시각적 구문론을 예술과 접목해 암시적인 표현을 하는 롭 윈(Rob Wynn)의 ‘A LA Folie!(미친 듯이 열중하는 것을 의미)’가 공간에 활기를 준다. 템퍼 침대 앞으로는 프랑스 건축가이자 데커레이터인 로베르 쿠튀리에(Robert Couturier)의 청동 조각을 놓았다.


 

개성적인 디자인이 매력인 캄파나 형제의 멀티다오 체어(Multidao Chair)가 프랑스의 클래식 디자이너 장 로예르(Jean Royère)의 플로어 랭프와 시대를 초월해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자연 안에서의 꿈을 디자인으로 표현하다
“여행은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는 좋은 방법이다. 내가 창조한 주얼리는 자연과 모험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된다.” 클라이언트와의 미팅뿐만 아니라 보석 자재를 찾기 위해 또는 단순히 서핑을 즐기기 위해 그는 떠난다. 특히 해안가에서의 서핑은 주얼리의 소재를 제작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고. “서핑을 할 때 바닷물은 액체로 된 재료와도 같아요. 끊임없이 계속 밀려오는 파도와 그 움직임, 빛의 반사에 따라 변화하는 바닷물의 컬러는 보석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죠.” 고급 와인과 서핑, 지는 해 바라보기 등을 통해 꿈을 꾸게 만들어주는 여행과 자연 안에서 주얼리의 형태와 컬러의 아이디어를 얻는 로렌즈는 교토의 잔잔한 아름다움과 뉴욕의 에너지, 인도네시아 숨바섬에서의 서핑의 감흥, 베네치아가 주는 로맨스, 역사적 유물을 간직한 로마의 정취 등에서 디자인의 영감을 받는다. 혁신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고급 주얼리는 그가 여행에서 다양한 문화를 만나고 표현한 결과다. 특히 호랑이 눈(Tiger’s Eye), 운석 또는 모래사장에서 발견한 조약돌을 이용한 작품을 선보이며, 소재가 간직한 스토리와 놀라움을 전달하기도 했다. 언젠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보석을 선보이고 싶다는 그는 주얼리를 소장한다는 것에 대해 ‘삶에 대한 사랑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 디자인을 통해 감동을 선사하는 잉고 마우러의 포르카 미제리아(Porca Miseria!)가 다이닝 공간에 강렬한 예술미를 뿜어내고 있다. 그 아래 로렌즈와 그의 부인 제럴딘(Geraldine) 보머가 함께 디자인한 테이블은 디너 파티를 위해 한창 세팅 중이다. 베네치아 무라노의 카를로 모레티(Carlo Moretti) 유리 글라스와 바카라의 크리스털 글라스를 로렌즈 보머가 직접 디자인한 접시와 함께 놓았다.
2 다이닝 공간과 분리한 키친 벽면에 건 사진은 버나드 앤 힐라 블루메(Bernad and Hilla Blume) 의 도메스틱 디재스터(Domestic Disasters) 시리즈의 일부다. 열린 문 너머로 보이는 다이닝 룸의 페인팅은 비크 무니스 (Vik Muniz)의 작품.


 

집 안에 들어서자 마주하는 복도 공간. 무드에 따라 컬러를 변경할 수 있는 천장 조명은 조해너 그라원더(Johanna Grawunder)의 제품이다. 이 공간은 1980년대에 장식적인 디자인으로 미니멀한 모던 디자인에 대항했던 앙드레 뒤브로이(André Dubreuil)의 컬렉션을 한데 모아놓은 듯하다. 캐비닛, 콘솔, 클록, 악어 조각, 포토포레(Photophore) 캔들 홀더 모두 앙드레 뒤브로이 작품.

2017년 1월
Editor 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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